본문 바로가기

Media

극장전, 2005


1. 극장 앞에서(劇場前)

개봉 끝자락, 시네큐브에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끝내 극장을 찾지못한 것이 아쉬워 가슴 한켠이 찜찜하던 게 어느덧 일년이 훌쩍 흘러버렸다. 피부 속 깊이 박힌 유리조각처럼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이 나의 뇌 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것도 또한 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방긋한 날이 하루도 없이 현실의 색을 띠고 있는 그의 영화는 동화적 해피엔딩에 목마른 어른이란 이름의 바보들에게 보내는 자서전.

극장전에서 그리는 서울 종로 일대는 항상 내가 보던 그대로 같은 빛깔과 같은 농도와 같은 냄새로 다가오고, 영실씨가 부르는 다시 사랑한다면 역시 곤드레만드레 길거리를 방황하다 들어간 노래방의 저 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대로다.  모든 게 그대로라서 재미없지만, 모든 게 그대로라서 쓰라리다.




2. 극장 이야기(劇場傳)

극장이라는 말로부터 풍겨오는 느낌은 막상 극장에 갔을 때 느끼는 것과는 사뭇 다르지만, 그것은 아마도 그 느낌이라는 것이 어머니의 뱃속에서 엔들리스러브를 보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느껴왔을 내음, 날씨, 일행과 나누었던 대화, 주위에 흐르던 음악,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박차고 나올 수 없던 그 모든 순간들의 꼴라쥬이니까. 당신의 극장이야기를 들려주세요.

ps. 포스터를 보면 극장전이라는 한자가 조금 다르군요. 하나는 극장 앞에서, 하나는 극장 이야기.



극장전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