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뚜기의 비밀>이라는 동화가 있었어요. 책과는 거리가 멀었던 저여서 그런지 간-혹 읽은 글들이 참 오래오래 길게길게 남아있어요. 요즘도 마음이 급해질 때면 되새기곤 해요. 멀뚜기가 다른 메뚜기들보다 멀리 뛰기를 잘 하는 비결은 어쩜 당연한 이유인 것 같기도 하지만, 마음이 앞서갈 때면 잊기 쉬운 비결이기도 하답니다.
멀뚜기의 비밀
멀뚜기는 메뚜기 마을에 사는 개구쟁이의 이름입니다. 동네 메뚜기들이 말합니다.
“멀뚜기는 어쩜 그리 멀리뛰기를 잘하지? 아마, 꼭 큰일을 할 거야.”
“그래, 멀뚜기보다 멀리뛰기 할 애 나와 보라구해.”
“걔는 동네의 자랑이지. 그렇구 말구”
동네에서 수근 거리는 말을 멀뚜기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 나도 언젠가 큰일을 꼭 해낼거야.’ 멀뚜기는 다짐하였지.
그런데 장맛비가 그치고 야단났어요. 동네 어귀에 개구리가 한 마리 두 마리 나타나더니 아주 마을을 이루는 거예요. 왜냐구요. 곁을 지나던 메뚜기 마을 친구들이 개구리의 먹이가 되는 거예요.
메뚜기마을에 회의가 열렸네요. 윗 어른 울뚝 할아버지가
“글세 이런 일은 생각지 못했어. 개구리들이 마을 입구에 떡 버티고 사니 우리 다니기가 불편해. 그냥 나가란다고 나갈 위인들도 아니잖어.”
여러 가지 방법이 나왔어요.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어요. 몸짓도 작죠, 소리로도 메뚜기들은 귀를 막아야 하고, 메뚜기들이 제일 잘가는 풀밭을 개구리들이 차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머리를 갸웃거리던 어른이 말했어요. 협상을 하기로 한거예요. 대표들이 나섰어요.
대표들은 벌벌 떨면서도 할 수 없었어요.
“개골개골 골개골개” “그래 왠 일들이여.” 아주 거만하게 말했답니다.
“우리 평화로운 마을에 댁들이 들어와 사니 우리가 여간 불편하웨다. 우리와 시합을 하여 우리가 이기면 개굴님들이 물러가고, 우리가 지면 우리가 마을을 버리겠소.”
“거 재미있겠는데. 우리 개굴님이 이기면 마을을 떠나며 먹이도 남겨야해.”
야단입니다. 누가 시합의 대표로 나갑니까.
“걱정마. 우리 멀리뛰기라면 멀뚜기가 있지.”큰어른은 믿나봅니다.
드디어 시합 날이 왔습니다. 모두 자기편 응원을 열심히 합니다.
골개골개 이겨라. 멀뚜기 이겨라.
골개골개가 뛰었습니다.
“1m90cm!" 와아 함성이 울렸습니다. 멀뚜기의 차례입니다.
그런데 멀뚜기는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섭니다. 메뚜기마을 응원군이 놀랍니다. 자신이 없어 도망치려 한다고 생각했어요. 개구리 마을 응원은 어찌 감히 우리와 시합하겠다는 거야. 얕보는 눈초리가 역력합니다. 메뚜기들은 아예 고개를 돌린 이도 있습니다.